광주일고 박찬민이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경남고를 상대로 투구하고 있다. 목동=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광주일고 박찬민이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경남고를 상대로 투구하고 있다. 목동=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필라델피아에서 박찬호 선배처럼 꼭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겠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향한 박찬민(18·광주일고)의 각오다.
올 시즌 국내 고교 유망주들의 '빅리그 직행'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박찬민이 그 첫 주자였다. 그는 지난 5월 말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소속의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입단했다. 공식적인 계약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박찬민의 계약금은 120만 5000달러(약 18억 원)인 거로 전해진다.
박찬민은 고교 정상급 오른손 투수이다. 그는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6승 무패, 평균자책점 1.37, 7볼넷 65삼진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0㎞의 패스트볼을 던진다. 슬라이더와 커브, 스플리터 등을 구사한다. MLB 구단들은 국제 아마추어 선수 영입에 사용할 수 있는 보너스 풀에 제한이 있어, 필라델피아는 박찬민 영입을 위해 마이너리그 선수 2명을 트레이드하며 자금을 마련했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박찬민은 "올해 고교 선수 중 MLB와 가장 먼저 계약했다는 게 기뻤다. 올해 동계 훈련까지만 하더라도 KBO리그에서 뛴 뒤 미국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비교적 컸다"면서도 "필라델피아가 나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신뢰가 형성됐다. 부모님과 상의 끝에 큰 무대에 일찍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미국 직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찬민에 따르면, 지난 3월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때 필라델피아 구단이 입단을 정식적으로 제의했다. 대회가 끝날 무렵 그는 미국 진출을 결정했다. 광주일고 1년 선배인 김성준(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유망주 육성 시스템 등에 관한 조언을 받은 것도 미국 진출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박찬민은 "한 단계씩 상위 레벨로 올라간다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광주일고 박찬민이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경남고를 상대로 투구하고 있다. 목동=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다만 미국 진출을 앞두고, 우려가 생겼다. 어깨 부상이다. 박찬민은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봉황대기에 뛰지 못했다. 지난 5월 13일 경남고와 벌인 황금사자기 경기가 마지막 고교 공식 경기. 어깨 부상 탓에 현재는 구단의 철저한 관리 아래 어깨 보강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박찬민의 설명이다. 그는 "구단에서 트레이너를 한국으로 보내 관리해 줬고, 훈련 매뉴얼을 받아 진행했다"고 말했다.
입단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박찬민은 특별한 경험도 했다. 필라델피아 홈구장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둘러보는 과정에서 애런 놀라, 잭 휠러, 크리스토퍼 산체스 등 정상급 투수들을 라커룸에서 만났다. 그들에게 부상 관리 등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특히 한국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타자들이 맥을 추지 못했던 산체스에게는 체인지업을 던지는 법도 직접 배웠다고 한다.
2009년 1월 1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찬호(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국가대표 은퇴의 뜻을 밝히며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간스포츠 DB
박찬민은 자신의 고교 등번호 16번을 달고 마운드에 서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미 필라델피아에는 중심 타자인 브랜든 마쉬가 16번을 달고 있다. 박찬민은 "박찬호 선배도 대학 때까지 16번이었다가, 미국에서 61번을 단 거로 안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2009년의 박찬호 선배처럼 61번을 달고 필라델피아 마운드에 오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